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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01



"얘, 기호야"


이번에도 듣는 척 않는 박기호를 대신해서 잠파노가 굽신, 그것을 받는다.
"근데 니 형은 안 온다니" 집에 있는동안엔 왜 얘길 안꺼내는가했더니만 결국 자릴 뜰래니 어김없이 뱉어나온 형 얘기에 안그래도 잔뜩 구겨져있던 기호의 인상은 제기랄, 더 찌푸려졌다.





"그런건 왜 받아오니"





계단을 다 내려와 침을 찍 뱉던 기호는 잠파노의 손안에 비닐봉지를 홱 낚아채버리며 쯧, 혀를 찼다.

그가 담밸 문 채 비닐을 바닥으로 흔드니 철퍽철퍽 굴들이 쏟아졌다.
니미 진짜. 코를 찌르는 비린내에 그가 욕지껄일 뱉으며 축축한 봉지마저 툭 던져버렸을때 잠파노는 문득 그가 지금 화내는 것이 그 형이란 작자때문인가했다.

'아직도 웨이홍인지 뭔지 좇아다닌다니?'
대답도 않고 쾅, 나와버리더니.

슬금, 기호를 쳐다보던 잠파노는 그런와중에도 늘 풀어헤쳐진 단추 사이로 보이는, 매마른 가슴팍을 보곤 괜히 눈을 끔뻑거렸다.


.
.







"기호야..."


안타깝게도 눈을 뜬건 이름의 주인이 아닌 자신이었다.
재호는 본능처럼 번뜩 눈을 뜨고서 옆에서 들려오는 소릴 엿들었다.


"자니...?"


재호는 본능적으로 그가 기호의 형, 도현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형왔어, 머리 많이 길렀네..."



조용하다.
마치 저승사자가 찾아오기라도 한 듯 고요하고도 은밀한 출입이었다.

재호는 숨 죽여 있는 것이 뻘쭘하게 고요한 것이 이상하여 몸을 돌리다 기호 앞에 누워 그를 보고 있던 도현과 눈이 마주쳤다.

스산한 느낌. 재호는 그가 자신을 경계하고 있음을 느꼈다. 머리털이 쭈뼛 서는 낯설은 감각에 재호는 얼어붙어 있을 뿐이었다.

쉬- 도현은 토닥토닥, 기호를 토닥거리며 재호를 노려봤다.
낯설은 광경. 확실히 친 형제지간으로는 볼 수 없는 분위기다. 낄 수 없는 분위기에 얼어 있는 재호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듯 박도현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
.



집을 나온 도현은 앞집 대문으로 들어가 누굴 기다리는 듯 청승 맞게 서있었다.
아직 해도 안뜬 새벽이다. 찬 공기가 으슬으슬하게 그의 양 어깨를 시리게 감싸왔지만 도현은 공허한 눈으로 제 집 대문만을 빤히 바라볼 뿐이다.



"그건 뭐니"



재호를 데리고서 나오던 기호는 멈칫, 얼굴이 사색이 됐다.

그들이 올때까지 잠깐 눈을 감고 있는단 것이.. 계단에 닿는 기호의 발소릴 듣자마자 번쩍 눈이 뜨였다.


"내 대용품이니?"


빈정거리는 말투로 어슬렁 접근해오자 몸을 뒤로 빼는 기호에 하. 그가 웃더니 재호를 본다, 마주치는 시선 속에 잠시잠깐 스치는 살기.
재호는 지난 밤의 기억이 되살아 등이 꼿꼿해지는 긴장을 느꼈다.


"오랜만에 본 형한테 할 말도 없나보다"

"누가 누구보고 형이야..!"

"오랜만에 봤다고 이젠 말까지 놓니, 그래도 한땐 형 형 따랐었잖아."


보란 듯이 자신을 쳐다보는 도현에, 재호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깔고 말았다.
도현, 피식 웃으며 어리긴...


"집엔 뭔일이래, 왜. 돈 떨어지셨어?"

"돈이 부족하면 내가 여길 왜 오니"


카지노로 가지.
기호는 도현의 자신만만함이 꼴보기 싫단 듯 눈가를 파르르 떨고, 도현은 그에게 다가와 익숙하게 그의 어깨를 감쌌다.


"너도 정당하게 번 돈은 아니잖니"


기호가 고갤 들고, 음흉하게 웃는 도현.
이내 그의 손이 기호의 몸을 훑고,


"내가 그리우면... 대용품이 아니라 날 찾지 그래."


팍, 기호가 그의 손을 뿌리치며 한껏 혐오스런 눈빛을 쏘아붙이더니 재호를 끌고 가버린다.
홀로 남은 도현, 기호가 뿌리친 제 손을 멍하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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