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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9


매번 비밀스럽게 열던 산은 괜히 이제 비밀스럽지 않아도 된단 것이 어색하면서도 재미졌다.
여유롭게 실내로 들어온 그는 손에 열쇠를 자꾸 던졌다잡기를 반복하며 레스토랑 안을 구석구석 살펴봤다. 그래도 손님때랑 올 때와는 다르긴 다르네.

주방안으로 들어간 그가 식기들을 구경하다 문득 셰프테이블을 보고는 검지로 즈윽, 그어가며 걸어가다 벨을 땅 눌렀다.
내 주방 내 주방, 셰프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싶다.

직원휴게실로 들어온 그는 캐비닛을 구경하다 문득 현욱의 캐비닛을 보고는 괜히 웃으며 그것을 토닥였다.
안까지 들어가 의자를 삥 돌려보던 그가 문득 다시 뒤로 되돌아 걷더니, 걸음을 멈추곤 캐비닛을 쳐다본다.

현욱이 라스페라 안으로 들어오고 주방을 삥 돌고는 바로 직원휴게실로 들어간다.
캐비닛을 열기 전, 서유경의 캐비닛을 흘긋거리고는 턱 캐비닛을 연다

"아 깜짝이야!"

그가 움찔, 인상을 쓰며 뒤로 물러난다.
하하하하. 뭐가 그리 좋은지 아주 함박웃음을 지으며 산이 삐죽 고갤내민다, 안녕 셰프님.

"너 뭐야. 니가 왜 여깄어."
"으응, 셰프님 캐비닛이 제일 크길래 구경 좀 했지"
"당장 나가. 이거 신고감이다?"
"요리사님 얘기 들어보고 한번 실천해본건데, 놀랐어?"
"요리사님? 서유경이 왜 너한테 그 얘길해"
"나 요리사님이랑 친하잖아"

현욱이 경계하듯이 몸을 뒤로 뺀채 인상을 찌푸리고는 딱딱하게 말을 던지고, 산은 그것을 하나하나 받아채며 캐비닛에서 나올 생각은 않고 오히려 볼록 찌푸려져 튀어나온 그의 미간이 귀여운지 흐흐 웃어댈뿐이었다.

"그나저나 손님이 어떻게 직원 휴게실엘 들어오지?"

산이 그제야 캐비닛에서 나오고, 비켜주던 현욱이 의심스럽게 중얼이자 그가 현욱을 돌아봤다.

"역시 셰프님, 출근이 빠르네"
"너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그게 중요해?"

잔뜩 진지한 표정의 현욱에 비해 산은 그저 흐뭇히 웃는 얼굴로 그의 어깨를 토닥토닥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현욱이 불쾌한 얼굴로 그가 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신경질적으로 투둑 목도리를 풀어낸다.











뚜벅 뚜벅 뚜벅, 구두굽소리.
모두들 숨이라도 멎은 듯 고요하다.

"사장님이 왜 거기 계십니까"

모두들 서빙 옷을 입고서 홀라인에 서있는 설사장에게 주목하고, 현욱도 곧 미심쩍게 그를 쳐다봤다.
이어 정장을 멋쓰럽게 차려입은 산이 여유롭게 걸어나오고 현욱의 표정이 굳어진다.

"원래 이런 날에는 환영식 이런 거 하지 않나?"

산이 으쓱, 어깰 움직이자 현욱의 눈썹이 같이 꿈틀였다.

"...이따 따로 얘기 좀 하시죠?"

흐흥, 산의 눈고리가 휘어지며 자연스레 그의 귓가에 다가갔다.

"좋아요."

현욱이 흠칫, 뭐 하는 짓이냔 듯 그를 노려본다.
능청스레 다시 직원들을 돌아보는 산. 그가 이야기하는동안 현욱의 표정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않았다. 오히려 딱딱한 돌마냥 한결 같이 찌푸린 인상 탓에 미간이 더 두드러져 보일 뿐이었다.







"셰프님 주방 이제 뺏겼네?"

현욱이 사장실로 들어오자 보던 서류를 덮은 산이 운을 띄우듯 말을 건네자 바로 현욱이 반응을 보였다.

".. 사장님께서 주방에 관여하실 권한은 없는 걸로 알고있습니다만"
"그래도 그거, 내 주방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레스토랑은 사장님, 주방은 셰프 소유인 걸로 알고있습니다,만."

어느새 또 저를 보고 빙긋 웃고 있는 산과 눈이 마주치고 현욱은 슥, 눈을 굴려 피했다.

"그래요. 셰프님 말이 맞죠. 기분나빴어요?"

현욱이 마지못해,

"...굉장히 당황스럽습니다"
"놀랐구나"
"놀란 걸 떠나 굉장히 불쾌합니다"

또박또박, 현욱이 불쾌한 감정을 꾹꾹 눌러 또렷이 말을 뱉으며 산을 노려보지만 산은 눈 하나 깜짝 않고 넉살 좋게 웃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대체 서유경이랑은 뭔 사이이신지"

현욱의 애써 신경쓰지 않는 척하는 모습이 너무 웃겼던모양인지 산이 또 하하하 웃고는 의자를 흔들거린다.

"아, 셰프님. 그게 궁금 하셨구나"
"질문에 답이나 하시죠"
"음...."

산이 또 간을 보듯 현욱을 쳐다보니 현욱은 저승사자 같이 산을 보았다.

"친한 요리사와 손님?"
"정말 그 정도?"
"그거말고 또 뭐가 있는데?"

현욱이 쩝, 거리며 고갤 피하고 이번엔 반대로 산이 뚫어져라 현욱을 쳐다보며 손으로 턱을 감쌌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 사장님. 앞으론 이런 재미 없는 장난은 지양해주셨음 좋겠네요"
"글쎄, 셰프님 하는 거 봐서."

현욱이 또 째릿 쳐다보자 산은 흐흥, 웃으며 들썩였다.

"셰프님 한정이야~"

산이 손을 뻗어 현욱의 턱에 닿으려하고, 현욱이 홱 고갤 돌려 손길을 피했다.

"이 악물지마, 이쁜 얼굴 망가질라"

현욱이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라하다 이내 사장실을 나가버린다.
산은 아쉽단 듯 웃으며 다시 손을 모아 깍지를 낀다.

"뭐야 완전히 미친 놈 아냐?!"

직원 휴게실에 들어오자마자 현욱이 버럭 소리친다.
헉, 왜일까 붉어진 제 얼굴을 감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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