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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쩜오

[아귀고니] 도망

감감님 2019. 4. 27. 01:40


어지간히 작두 들고 설치는 고니가 귀엽긴 귀여운 철용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재미난듯 낄낄 거리며 웃는데



"뭐가 그리 재미날랑가."



익숙한 목소리에 그의 표현이 싸하게 식었다.



"왜, 말 좀 혀주지. 같이 웃게."



아귀. 시커먼 썬구리를 낀 채로 섬뜩하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아, 아니... 크흠...."



철용은 괜히 말을 아낀다.
그의 몸을 훑는 아귀, 그의 행커치프에 시선이 꽂힌다. 익숙한 무늬, 고니의 스카프다.



"허, 못 보던 스카프네. 그런 촌스러운 무늬도 하고 다녔나."



철용이 크흠, 제 행커치프를 살피곤 급히 꺼내 주머니에 넣는다.
손을 다 씻은 아귀가 거울을 가만 본다. 철용, 자릴 떠나려는데



"그 놈, 참 귀엽지... 반항하는 맛이 있어."

"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콧방구 끼지는 말지~ 다 아는 사람끼리"

"허, 흠. 흠..."



아귀는 휙, 기다렸단 듯이 몸을 돌렸다.



"어떻게 꼬셨어?"

"ㅁ.. 무슨..."

"내빼지 말고 말 혀. 나 그 놈 뒤꽁무니만 쫓는 개새키니께."



잘못걸렸다. 철용은 순간 덜컹, 심장이 내려 앉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욕심이 난다, 철용은 저를 보며 실실 웃는 아귀를 두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애써 감추며 웃어보였다.



"아니, 꼬시긴 뭘... 화투 몇 판 한 거 갖고..."

"얼마 줬어. 얼마 주면 내주디."

"저, 이봐..."

"돈 아님 보석? 무엇을 바라든가."



꾸욱, 철용은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싸늘해진 아귀의 얼굴.
철용이 그와 눈이 마주쳤다.

확, 그 순간 아귀의 손이 철용의 면상을 덮쳤다.
피하기도 전, 그를 벽에 밀어붙인다.

쾅! 소음에 바깥에 서있던 이들이 급히 들어온다, 형님!!



"나가 말을 혀보라 한 것은... 빈 말이 아니라 진실을 내놓으란거여..."

"형님!"

"오지마..!"

"이미 다 알고 왔는디 왜 구라를 쳐 싸니. 응?"



하.. 하하하... 철용은 얼굴이 터질 것 같은 압박 속에서도 웃음이 났다.
응? 웃어? 아귀의 말에도 그는 웃을 뿐이었다.



"내... 고니가... 전에 그러더군..."



'고니'란 이름을 듣곤 아귀는 손을 내렸다.
허억, 숨을 몰아 쉰 철용이 입을 열었다.



"네 놈이랑은... 붙어먹을 일 없다ㄱ..."



뻑!
아귀가 발을 날린다, 철용이 그대로 쓰러졌다.
형님!! 급히 뛰어와 그를 감싸는 무리들. 차마 아귀에게 덤비지 못한다.
유유히 화장실을 나오는 아귀. 표정이 어둡다.








"당신 참 재밌어."



정류장에 앉은 아귀가 입에 물던 담배를 내리며 연기를 뿜었다.
그의 뒤에 서있는 고니의 실루엣.



"그깟 놈한테 갈라고 도망갔니."

"도망? ...내가 도망을 쳤다고?"

"아니면 뭔디."



고니, 생각에 잠긴 듯 담배를 태우며 말이 없다




"...아니다... 그냥 도망이라 치자."



아귀가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정류장 뒤로 향한다.
이미 떠나고 없는 고니.
... 그는 허탈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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