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내쩜오

[만춘파소] 새 2

감감님 2019. 5. 14. 17:09
18.10.26.



새를 잡은 적이 있습니다.

그냥 새요.

별로 특별한 것도 없었습니다.


유달리 평범한 새였는데

늘 내게서 도망치고 싶어하던 새였죠

제가 놔둘 리 있었겠습니까

날개를 꺾어두었죠


...


그리고 정말

새는 도망을 갔습니다

날개가 없이도 도망을 쳤더군요

그 애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나는 알 수 없습니다

내게 남은 것은 녀석의 날개죽지 하나

피묻은 깃털 뿐이었으니까요.


...


그 새는 정말 도망친 걸까요?

어쩌면 성 밑에 죽어있을 지도 모르죠

날지 못하고 추락한 채로요

어쩌면 다른 새의 먹잇감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탐스런 피들을 흘리고 있었으니


...


그 새가 보고 싶었습니다

한심하게 죽은 꼴이로든

집어 삼켜진 흔적 밖에 남지 않았든

어느 꼴이로든


...


성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보이지 않더군요

글쎄, 정말 보이지 않았을까요


...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고

스스로 세뇌했을 수도요.


...


사랑했으니까요.


...

'국내쩜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환재준/민석재준] 유예  (0) 2019.05.15
[이제재준/민석재준] 선물  (0) 2019.05.15
[아귀고니] 도망 2  (0) 2019.04.27
[아귀고니] 도망  (0) 2019.04.27
[파수꾼/기태희준] 걸레  (0) 2019.03.14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