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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아 X 사생아
닿을 수 없는 존재(해원맥)에 대한 강림의 욕망 구조는 굉장히 맛있다. 특히 형제물은 놓을 수 없는 원작이 준 선물
※강림과 밀언은 동일인물이 맞습니다



모르는 여자에게서 밤늦게 전화가 왔다.

목소리는 모르는 내게 "작은 도련님" 의 유모라며 굉장히 미안해했다.

새벽 3시, 나도 잠이 오지 않아 술로 시간을 보내던 때이었다.

라이벌의 약점을 들었다.






내가 못 들어갈 것 같던 철문이 쉽게 열리고 경호 하나 없이 검사도 없이, 내 차가 그의 정원으로 들어갈 때 나는 잠깐 희열을 느꼈었다.

아프댄다. 아버지가 쓰러졌을때도 눈 하나 깜짝 않던 너였는데... ...물론 그가 네게 아버지란 의미를 지닌 사람이지도 않았지만 유일하게 너를 지켜주는 존재이지 않았는가.
나는 솔직히 이 자리에서 금방 낙오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네가 조금은 부러웠을지 모른다.


계단을 오르기 전, 정교하게 조각된 손잡이 부분을 만지작대던 밀언은 넓지만 고요한 집안을 한번 훑고는 계단을 올랐다.


형이 죽은 것이 워낙 큰 충격이긴 했나보다. 하긴, 너는 참 그를 좋아했지. 내가 그를 탐했을 때 니가 짓던 표독스러운 얼굴은 잊을 수 없었다.

나는 네게 후계를 밀린 후로 별장에서, 작은 파티로나마 위로하며 그렇게 형편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또각, 뒤늦게 밀언을 맞이하러 내려오는 것일까 싶은 여성이, 계단을 내려오다 밀언과 마주쳐서는 걸음을 멈췄다.
밀언은 그녀보다 낮은 곳에 머문 채로 그녀를 하염없이 올려다보았다.

예전의 화려했던 차림에 비하면 확실히 수수해진 차림.
밀언도 그녀의 시선의 의미는 아는 지 고갤 숙이고선, 계단을 올랐다.
여성은 그를 말 없이 기다려주다 그가 거의 2칸을 앞두고 다가왔을때 앞서 복도를 걸어갔다.


모든 것을 잃었다... 나를 후계로 밀던 자들은 모두 직을 잃었고 모두가 간신이 되어 네게 빌붙었다.
그나마 나를 당당하게 해주던... 네 형의 존재도...


또각. 여성은 다른 방과 동 떨어진 한 방 앞에 멈춰 섰다.
밀언 역시 그녀의 옆에 섰다.

느낌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끼익, 문이 열리고.

여기가 네 방이란 것 정도는.










처음, 너를 만났을 때가 생생하다.

아버지는 갑자기 후계를 위해 검은 짐승을 집에 들이셨다.
열여덟. 고작 니 나이였다.
스물 다섯인 내가 고등학생에게 비참함을 느끼던 순간이었다.

사람들의 눈길은 온통 네게 향했다.
샴페인을 쥔 내가 무슨 얘길 하는지, 모든 것에 주목했던 이들이 모두 네게 향했다.
아직 샴페인도 못 마시는 네게, 모두들 그렇게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네 형이 아닌 너를 아버지가 데려온 것에 추잡한 진실이 우습지만.. 당시에 나는 너를 그곳에서 13년간 분리시켜놓고 동시에 자신으로부터도 13년간... 어디에도 속하지 않게 생활을 시켜놓고 18살이 된 너를 파티장으로 들여보낸 것에... 난 그가 대단한 후계를 양성하려했구나 생각했다.

겁이 났다.
감정의 일말조차 없어 보이는 네 눈이.
짧게 깎인 네 손톱이 여유 없는 네 맘속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비명을 질렀을까.
아무도 들여보내주지 않고 누구와도 관계를 가질 수 없게끔 만든 그의 후계교육에 진절머리가 나서, 벽을 긁고 윽박지르며 혀를 깨물지 않았을까 싶었다.

지금, 그 손톱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나밖에 없겠지.

나는 아니까. 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그렇게 공을 들일 정도로 후계자리의 가치를 아니까.
그 후계자리를 노리고 있으니까.


까만 눈을 굴려 나를 본다.
너는 아버지의 옆에, 나는 그보다 아래.
여전히 천박한 자식, 천박한 행위를 일삼는 역할.

니가 부러웠다. 그래서 진짜로 혼자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행여나 네가 후계를 이어 받는다해도, 그 지독한 외로움때문에 말라죽도록.
그 자리를 내가 사뿐, 사뿐히, 즈려밟고 올라가줄테니까.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그것은 소용 없음을 깨달았다.
너는 혼자이고 싶어했다. 애초에 누굴 곁에 두지 않았다.

초조했다. 아버지가 만족한 표정일수록,
나는 그래도 부여잡고 있던 것들을 스스로 버려갔다.

더더욱 추잡해져갔다.
결국은 이것이거니 했다. 이렇게해서라도 가지는 자리라면.







했던 찰나에 네 형이 나타났다.


제 친모가 죽었다며
보상해달라 화를 내는 네 형이 나타났다.


네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보았다.

저거구나.







난 네 인생의 완벽한 악역이 되었다.

친 형인지도 모르고 사랑에 허덕이는 너를 모른 채 했고
모든 것을 알고도 죄책감을 안고 너를 사랑한다는 형을 망가트렸다.

너와 네 형 사이의 오해가 깊어져 너가 그를 지키지 못할 때
그는 나를 택했고, 그는 내 품속에서 잠들었다.



"강림!!!"



네가 그렇게 울부짖으며 내 이름을 부를 때
내 인생이 그렇게 환희찼던 날도 없었다.

내 이름을 아는 지도 몰랐던 네가 꼬박 꼬박 작은 형님이라 나를 부를 때
그 말 속에 무시를 느끼고 모욕감을 느꼈을 내가, 네 그 텅 빈 눈을 보았을 때
화를 낼 대상이 정작 내게 아무런 티끌만큼의 신경도 쓰고 있지 않단 것들이 모두

네 형을 안고 내 집에서 흠뻑 젖은 너와 마주했던 그 날 밤에 모두 해결되었다.

그때도 나는 몰랐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네가 그냥 보고싶었던 거라고.






"도련님..."







밀언 옆의 여성이 그를 부른다.
덩쿨과 장미가 그려진 침구때문에 나는 네가 꼭 잠든 공주처럼 보였다.

내가 다가가고, 그녀가 나를 소개하려던 때




"형...?"




흠칫, 다가오던 밀언의 발길이 그쳤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형... 왜이리 늦었어요...?"




여성은 의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나를 보았고,
나는 무슨 광기였을까 그녀를 돌려보냈다.

내가 사뿐히 그의 침대위에 앉고
내게 순순히 자리를 내준 너가 상냥하게 웃으며




"이제 어디 가지마세요..."




내 손을 부여잡을 때,
그 힘 하나 없는 여린 손을 보며 나는.




"...그럴게. 그럴거야, 원맥아."




어떠한 금기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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