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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집,
타이가 풀린 채로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옷차림의 삵이
터덜, 걸음을 옮겨 복도를 나서려는 것이
우두커니 서있는 원맥과 마주쳤다.

순간 그 모습이 강림과 겹쳐 멈칫,
그 어느날의 겁을 먹은 아이처럼 서있던 삵은 아... 미소를 짓고는 큭큭 웃어대기 시작했다.



-좀 피곤하군 그래.



그는 몸을 돌려 휘청휘청 걸으며 바로 향했다.
와인잔을 꺼내 와인을 콸콸.

슥, 잔을 내밀듯이 몸을 돌린 삵이, 풀린 눈으로 그런다.



-거기 음악이나 좀 틀지 그래.



우두커니 서있던 원맥은
예상치 못한 그의 풀어진 모습에 아직 긴장을 놓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삵은 여유롭게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 톡. 두드리며 와인을 마셨다
그러나 그의 눈은 피곤에 잠겨있고
그러니 그의 여유도 어떤 강박으로 비춰지는 것 같았다.



-너무 피곤해서 그래... 좀 쉬고 싶어.



그는 그리 중얼거리며 잔을 비웠다.

강림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까.

문득 허무함이 밀려온다.

원맥은 말 없이 고갤 떨궜다.


강림을 죽인 당신이 미웠다.

내게서 안정과 신뢰를 앗아간 당신이 미웠다.

그런데 강림은 이미 당신으로부터 모든 것이었고 그 모든 것을 앗아간 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당신은 강림을 죽인 시점부터

이미 함께 죽어있었다.


안다.

알면서도 외롭다.

눈앞에 당신의 앞에 서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것 같아서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갈구한다.



-뭘 그리 멀쩍이 보고만 있어, 어서 치지 않고.



그는 원맥을 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원맥은 그에게 다가갔다.

삵은 빈 잔을 든 채 죽은 사람처럼 멈춰있었다.

원맥은 손을 뻗어 삵의 뺨을 문질렀다.

삵이 고갤 틀어 원맥을 보고,

그리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날 죽이고 싶잖아.




왜 이 모든 게 나의 손해만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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