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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쩜오

[가면/석훈민우] 초라함

감감님 2018. 11. 20. 15:50
15.6.6 글... 오백만년만에 재업함


"하란대로 다했어. 대체 맘은 언제 줄건데."


목석처럼 굳은 얼굴의 석훈을 앞에 앉혀놓고 민우는 서서히 주르륵 옆으로 누웠다.

어렸을적, 몸을 주어도 맘은 준 게 아니라던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뭐든지 다했다. 시키는 대로. 니가 되고싶은 대로. 다해줬잖아.

민우는 팔에 뺨을 묻힌채로 일그러지게 웃었다. 눈은 찌푸려지고 입은 올라가선 지금 이 상황과 저와, 제 앞의 민석훈을 비웃었다.


"대체 언제 나 사랑할거에요?"


어린애처럼 사랑을 구걸한다.
그럼 그렇지. 어렸을 적부터 제대로 된 애정 한번 못 받아본 놈이 바라는건 뭐겠어. 석훈은 그제야 오랫동안 깔고있던 시선을 들었다. 민우가 아이마냥 심심하단 얼굴로 입술은 다문 채, 저를 쳐다보고있다.


"내일 너 약혼있어. 그거부터 제대로 해."
"나 약혼해요?"


기익, 석훈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민우는 누웠던 머릴 들어 그를 본다.


"나 그면 소유되는거에요? 딴 사람한테?"


나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걸어가던 석훈이 걸음을 멈춘다. 그가 살짝 안면이 보이지 않게 민우를 돌아본다.


".... 약먹어. 증상이 악화돼보이는데"
"나. 버리는건가요"
"주치의 불러줄게,"
"나 안 사랑하죠."


석훈은 꾹 입을 다물었다. 민우가 흐, 웃긴시작하더니 정신 나갈것처럼 웃어대며 입을 감싸다 그대로 이마를 문지르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다 아, 눈물이 글썽해진 눈으로 꺼이꺼이..


"알겠어요. 가보세요."
"......."


민우는 얼굴을 감싼채로 석훈을 보지않았다.

가만히 서있던 석훈이, 발걸음을 옮긴다.
뚜벅.
뚜벅뚜벅.
그가 다시 공간을 나간다.

홀로 남은 민우가 점점 멀리 보인다.
어두운 식탁. 불 하나만 환히 켜놓고서.
성냥팔이마냥.

끼익, 쿵.

민우의 의자가 천천히 뒤로 넘어가더니 그대로 넘어졌다. 그는 취한듯한 풀린 눈으로 두리번이다 천장을 보며 멍을 때렸다.
석훈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멀어진다.
들리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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