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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X다섯손가락X제3의 매력

최병두X유지호X온준영

 

 

 

 

 

목이 갈증으로 타들어가는 기분이다.

 

타고 또 타서, 영원히 꺼지지 않을 느낌.

 

그럼에도 이 문을 열면, 머리와 머리 사이에 너와 눈이 마주칠 거란 상상을 하는 내가

 

 

 

-드르륵.. 병두가 조용히 교실문을 열고 들어온다.

 

 

 

지치고 미련해보이면서도.

 

 

 

병두, 눈을 들면 제게 시선이 집중된 학생들과 비어 있는 유지호의 자리가 보인다.

.....

 

도망 갔다고?

 

 

 

"유지호 못 봤냐"

 

 

 

병두, 능청스럽게 창가에 있는 제 자리에 앉아 가방을 놓으며 물으면

앞자리에 앉은 학생이 기다렸단 듯 돌아보며

 

 

 

"예, 형님 오늘 몸이 안 좋다고 결석했다 합니다

 아까 담임이 형님이랑 같이 결석처리 하고 가셨는데 담임한테 전달할까요?"

 

 

 

병두, 제 출석엔 관심이 없고 '유지호가 몸이 안 좋다' 란 말만이 귀에 박힌 듯

영혼 없이 고갤 끄덕일 뿐이다.

 

그 모습을 희한하게 쳐다보던 학생이 후다닥 일어나 교무실로 달려가고

병두, 비어 있는 유지호의 자리를 빤히 쳐다본다.

 

 

 

도망 가겠다고?

 

 

 

 

 

 

 

 

 

 

 

 

 

 

 

 

 

 

 

 

 

 

 

 

 

 

"나 이제 너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아."

 

 

 

 

허억, 허억 -

 

땀과 체액으로 가득한 방 안, 꼭 마치 성애라도 낄 것 같다.

 

제 위에 올라타 땀에 젖은 채 휘청거리던 유지호가 털어 놓듯이 힘 없게, 그러나 너무 뚜렷하게,

 

뱉은 말에 병두는 허억, 숨을 몰아 쉬며 생각에 잠긴 듯 보이다 잡고 있던 지호의 손을 잡아 당기며

 

제 허릴 깊숙이 쳐 올렸다.

 

 

명백한 섹스에나 집중하자는 그의 태도에 지호는 흠칫 몸을 떨면서도 제 손을 잡은 병두를 밀어내려 힘을 줬다.

 

그 촉감을 느낀 병두가 지호를 노려보니 지호,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다시 중얼거렸다.

 

 

 

"이제 그만 하자, 최병두..."

 

 

 

금방이라도 찢어져버릴 것 같은 놈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건지...

 

그럼에도 병두는 그 지친 목소리에서 일말의 진심이 느껴진 것일까, 아님 갑자기 내팽개쳐진 느낌이 괘씸해져서 일까

 

식어버린 아래와 함께 벌떡 일어나 꽈악, 대뜸 유지호를 끌어 안았다.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불륜 상대에게 질척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정부와도 같이.

 

제 꼴이 그렇게 볼품없다고..생각하는 병두였지만 지금 너무도 생생히 제게 느껴지는 유지호의 심장소릴 들으니

 

머릿속까지도 차갑게 식어버린 것인지... 그제야 또렷하게 제 손에 쥐어진 유지호를 위한 칼자루만이 느껴졌다.

 

 

 

"이게 니가 말한 사랑이냐..?"

 

 

 

서서히, 조심스럽게... 최병두의 칼날은 유지호의 가슴팍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살집이 파여가는 유지호가, 고통스럽게 최병두를 끌어 안았다. 병두야,

 

 

 

"온준영이 질리면... 그땐 또 나한테 다시 오게?"

 

 

 

최병두의 칼날이 심장 부근에 닿으려던 순간, 유지호는 거짓말처럼 정신이 맑아졌다.

 

고통스럽던 것이 모두 볼품 없게 썩어버린 기분, 지호는 천천히 최병두를 밀어냈다.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칼날이 부러져버린걸까, 최병두는 어딘가 벙찐 얼굴로 지호에게 밀려나 그의 얼굴을 마주봤다.

 

유지호는 주륵주륵주륵, 병두와 눈이 마주치니 눈물만 흘렸다.

 

 

 

"너도, 그렇게 생각했잖아. ..이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애"

 

 

 

덜컹. 최병두는 끔뻑, 유지호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다 별안간 벌떡 일어나 속옷을 입고는 침실을 나섰다.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너도 그렇게 생각했잖아'

 

 

 

멍하니 집안 복도를 걸어가던 병두는 뭐에 홀린 듯이 벽을 잡으며 걸음을 멈췄다.

 

눈만 깜빡거리며 계속 뭔갈 되감기해볼 뿐인데, 그 때 방문이 열린다.

 

병두, 고갤 돌리니 옷을 입은 지호가 엉망인 꼴로 저를 보고 있다.

 

 

 

"가볼게."

 

 

 

병두, 그 와중에 옷을 입은 지호가 미운건지 그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다 등을 돌리고서 귀찮단 듯 손을 휘적댔다.

 

지호가 고갤 숙이고선 계단을 내려가고, 병두는 돌아보지 않은 채로 손만 휘적대며 다른 손으로 복잡한 듯 머릴 문질러댔다.

 

띠리링,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 병두는 휘적대던 손을 툭, 내렸다.

 

그리고 침묵.

 

....병두는 죄 없는 제 머릴 꾹꾹, 정신 없이 누르던 손도 내렸다.

 

 

...힘 빠지게, 어디가 아픈 사람처럼 웃는다.

 

 

 

 

 

 

 

 

 

 

 

 

 

 

 

 

 

 

2학년 마지막 기말 고사,

 

(고갤 돌리는 병두, OMR을 받는 지호가 보인다.

 힘 없는 모습으로 문제를 푸는 지호)

 

유지호는 그 날에서야 학교에 와 조용히 시험을 치르곤 나갔다.

 

(교실 밖으로 나오는 병두, 지호가 이미 저만치 멀리 가고 있다.)

 

그리고 나와 유지호는 운명에서도 자연스럽게 떨어뜨리려는 것으로 보였다.

 

(교문 앞에 붙은 반 배정을 보는 병두. 지호와 끝과 끝으로 떨어져있다.)

 

 

 

 

 

 

 

 

 

 

 

 

 

 

 

 

 

 

 

 

 

 

"최병두."

 

 

 

강하게 불려진 이름.

책상에 누워 잠들어 있던 병두가 날카롭게 눈을 뜨고선 부스스 일어난다.

 

올곧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학생.

명찰에 적힌 '온준영'.

 

 

 

"오늘 당번 너야. 다른 애들한테 시킬 생각 말고 너가 해."

 

 

 

병두, 준영을 계속 노려보지만 준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서 교실을 나선다.

 

다시 웅성거리는 교실 안, 쉬는 시간이다.

 

칠판을 힐긋 보는 병두, 당번에 제 이름이 적혀져 있다. 씨발, 중얼거리는 그.

 

 

 

"최병두 너는 온준영 앞에선 말 잘 듣더라?"

 

 

 

뭐야, 병두가 소리나는 쪽으로 고갤 내리자 제 발 밑에 빗자루를 깊숙이 집어넣고선 청소중인 찬영이 보인다.

 

 

 

"너 뭐해 새끼야"

 

 

 

병두가 뭐라해도 청소중인 찬영, 병두가 발을 들여주자 수월하게 빗자루질을 마치고선 일어난다.

 

 

 

"청소."

 

 

 

병두가 다시 칠판을 보니, 제 이름 옆에 찬영이 적혀 있다.

 

 

 

"방과후에 하기 싫어서 미리 한다"

 

"뭐?"

 

"방과후엔 너가 하는 거다?"

 

"그런 게 어딨어"

 

"원래 이렇게 하는거야, 니가 그동안 안 해봐서 모르는 거지"

 

 

 

그리곤 후다닥 쓰레기를 비우러 복도로 뛰어 나간다.

 

어이 없어하는 병두.

 

 

 

 

 

 

 

 

 

 

 

 

 

 

 

 

 

 

 

 

노을이 지는 저녁.

 

병두가 텅 빈 교실에서 청소도구를 들고 나온다.

 

그때 뭔갈 보고는 멈추는 그의 걸음.

 

 

교무실 앞에 서 있는 지호가 보인다.

 

병두와 눈이 마주치는 지호.

 

 

병두, 뭐라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며 볼 뿐인데 지호 휙, 나오는 학생에게 고갤 돌릴 뿐이다.

 

 

 

 

"오래 기다렸지?"

 

"아니, 별로."

 

 

 

 

교무실에서 나온 준영이 자연스럽게 지호의 손을 잡고선 병두 앞을 지나간다.

 

병두를 의문스럽게 쳐다보며 스쳐가는 준영.

 

병두는 지호를 계속 쳐다보지만 지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

 

 

 

 

 

 

 

 

 

 

 

 

 

 

 

"아직도 맘이 쓰여?"

 

 

땅을 보고 걷는 지호, 그를 쳐다보고 있던 준영이 입을 연다.

고갤 드는 지호

 

 

지호가 준영을 불안하게 바라보자 준영 피식 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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