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내쩜오/신세계

정청자성 2

감감님 2019. 1. 31. 02:39
14.03.22.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논개 - 변영로





-

군데군데 아직 미처 굳은살이 박히질않아 상처가 달아오른 불그스름한 시커먼손으로, 다른손엔 곧게 뻗은 나뭇가지를 쥐고서, 청은 간지럽고 따가운 수풀들을 쳐내어 달빛에 가까이다가갔다.


누군가에겐 지저귀는 간지러운소리다 하겠지만 청에게는 그저 시끄러운 새울음소리일뿐인 새소리가 수풀에 숨었는지 저 산속에 숨었는지, 침묵이 이곳을 감싸려는걸 막으려는듯 가련한지 목청껏 울어댔다.


어린 청의 손에서 쳐내 접혀진 수풀들을 짓밞고, 청은 금빛 황홀한 달 밑에 섰다.

바라보는것만으로도 황홀하지어만 청은 그것을 좀더 가까이에서 느끼고싶었다, 호기심과 탐욕이 뒤섞인 투명한 갈색눈에 황홀빛 황금빛이 가득차고

나뭇가지를 들다 내팽겨쳐버리고는, 상처투성이의 투박한손으로 어디 그빛을 쥐어보려 청은 손을 내밀었다.


칠흑이 몰려온다, 황새는 여전히 울어댔고
황홀빛 황금달은 어느새 시려운 시푸른 달이되어 식어버렸다.


시푸른달이 시렵도록 청은 계속해서 손을 뻗었다.
사박사박, 누군가 제가 제쳐놓은 수풀을 짓밞는소리가들린다, 그 갈색눈이 굴러가고


새카만 눈동자가 저를 응시한다, 손에는 어디 계집아이를 쥐고서, 원망스러운냥 저를 바라본다.
어디서 꽃향기가난다, 시푸렇게 창백해진 계집아이가 청을 보았다, 곱다. 그러나 계집아일 쥐고있는 그 손이 곱다.

무슴일이길래 나를 그리보오, 청의 눈동자가 그렁해졌다, 무언가 매우 그리운느낌이 든다.
그 칠흑같은 눈이 꿰뚫고, 그 고운손이 청이 내팽겨쳐놓은 곧은 나뭇가지를 주웠다.


창백한 아이에게선 피눈물이 흘렀고,
칠흑의 아이에게서는 시커먼액체가 흘렀다.


청의 입가에 붉은 액이 쏟아져나왔다, 푸른 수풀을 빨갛게 칠했다. 청이 저를 찌른 그를,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창백한아이의 피눈물이 그치고 점차 맑아져, 투명한 눈물이 되었다.
칠흑의아이의 눈에서는 여전히 액체가흘렀다, 아주 시커멓고 끈쩍하고 기분나쁜.


그래도 청은 여전히 그리웠다, 그 눈동자를 보면은.


아가, 너는 행복허냐.

녹아흘렀다.
녹아들어갔다.









조용했다,
아니 고요하단말이 어울린다.


여자가 청을 무심히 지나쳤다 다시 돌아와 그의앞에 육개장을 놓아줬다, 이곳은 서로 말을 묻지않았다.

그가 이곳에 관련이없는사람일지라도 어쨌거나 모두 그들에게는 반가운이들이었다.
잊혀진자들은 장례를 치르지도못했다,
잊혀지지않았다해도 그들의 장례는 많은이들의 슬픔과 그리움이 담겨있지못했다.



청은 항상 고심할때면 누군가의 장례식을 찾았다,
피운 향내가 은은히 퍼지고 하얀 국화꽃이 놓여진 누군가의 영정사진을 보면 청은 문득 자성이 떠올랐다.



-나는 장례를 치뤄보지못했소,
  나는 잊혀진사람이오.




무덤덤히 철저히 제 감정을 감추고서는, 그런 씁쓸한말을 아무렇지도않게, 오히려 듣는이가 더 울컥해질정도로.
청은 육개장을 몇숟가락 떠보고는 이내 숟가락을 놓았다. 그가 잊혀진사람이라면, 저는 환영받지못하는 청객이었다.

그윽한 감정에 휩싸여 과거를 떠올려보려하면, 그 칠흑빛 눈동자가 저를 집어 삼켰다.



고요한 물가에 뉘어 저는 죽었다.
누군가를 고요히기다리는것마냥, 고요히.











알아봐줘요, 찰랑 자성의 손아귀에서 형철의 손으로 녹슨 금쇠사슬이 미끌어져내렸다, 한참 건강관리에대해 어성부엉떠들던 형철이 자성을 힐끔 쳐다보다 이내 제손에 쥐어진 쇠사슬을 보고는 표정이 굳었다. 너 이거 어디서 났냐.



" , 사챗빚 갚을 여자가 목을 메고자살했었는데. 그 쇠사슬이 감겨있었어요."



골드문. 형철이 파인 글짜를 엄지로 문지르며 읊었다. 골드문이라는 말에 자성이 형철을 홱 쳐다봤다.



"너희랑 비슷한놈들이야, 사채엔 인정사정없는 새끼들."



찰랑, 형철이 자성에게 쇠사슬을 휙 던지고 자성이 그걸 받들고는 다시 쇠사슬을 내려다봤다.




"녹슨거보니까 죽었나보네, 그새끼들이랑은 친하게지내라"



자성이 인상을 구기곤 형철을보았다, 껄껄 웃으며 그가 새끼 꼬라보기는. 담밸 물었다.



"너희랑은 조금 별개지, 걔들은 애초에 돈이아니라 영혼을 위해 돈을 빌려주는놈들이거든."



불쾌함이 몸에 휩싸였다, 자성이 풍덩! 쇠사슬을 물속으로 던져버렸다, 형철은 무덤덤히 담배를 빨며 그꼴을 보았다.


사슬이 닿아있던 제손을 쥐었다피길 반복하다 꽈악 주먹을 쥐었다, 탁한 물속깊히 녹슨 쇠사슬이 잠겨들어갔다.










"이제오냐."



깜빡깜빡, 바알간 전등이 정신사납게 깜빡이고,
잠든줄알았는지 신발을 벗고 맨발로 마루위를 오르던 자성이 잠긴 청의목소리에 고갤돌렸다.

담밸 짓눌러끄고는 청의 시선이 자성의 발에 쏠렸다.



".. 안 춥냐."



자성이 제발을 힐긋 내려다보고 청이 제턱을 쓸며 자리를 옮겼다, 늦었다. 자라.


꼼지락꼼지락, 자성의 발구락이 차가운 나무마루를 꼼지락이고 
이자성이 쓰게웃었다.

'국내쩜오 > 신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청자성] 짧은 여름  (0) 2019.02.16
정청자성 5  (0) 2019.01.31
정청자성 4  (0) 2019.01.31
정청자성 3  (0) 2019.01.31
정청자성 1  (0) 2019.01.3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