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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쩜오/신세계

정청자성 5

감감님 2019. 1. 31. 15:16
16.02.22.


처음엔 존재하고 싶어서였다.
무엇도 아닌 존재로서, 사막에 덩그러니 남겨진 자신에게 말을 건 목소리가 구원자같은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무엇도 아닌 존재'마저 되고싶진 않았다.


그렇게 겨우살이로 그의 밑에 들어가 얼마 못가 발각되고 화염에 불 타 죽은 것 같았던 그는 또 한번 제게 지겨운 제안을 해왔다. 이번엔 가족이었다.
















아까부터 청은 우적우적 입맛에도 맞지 않는 선짓국을 먹으며 이리저리 그릇을 나르는 아줌마를 빤히 바라봤다.
때는 한 1,2년전 저를 보자마자 반갑게 웃으며 "총각! 오랜만이구만 그려, 근데 왜 혼자왔소? ○○총각은 어디에 두고?" 하며 깔깔 웃어댔던 여자였다. 

생전 처음 보는 아지매가 저를 아는 체하며 살갑게 구는 것이 어색하고도 경계스러워 그 뒤론 다시 찾아오지 않았거늘, 시간이 지나고보니 그것이 참 기이한 일이었다싶어 나중에야 이리 찾아온것이었다. 

그러나 아줌마는 저를 잊은 듯 저를 알아보지도, 신경써주지도 않았다.

우적우적. 유별나게 깍두기를 씹던 청은 탁,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손이 향한 주머니속에서 구겨진 지폐뭉치를 꺼내 세보지도 않고 몇장, 두었다.
의자를 발로 밀어 집어넣다가도 미련이 남는지, 힐긋 그녀를 보지만 여전히 다른 손님 챙기기에 바쁜 그녀가 매정하다 느껴진것일까, 그는 씁쓸히 가게를 나갔다.
잘 가란 말도 없다.
잊혀진단 것은, 이런 기분일까.











번쩍. 불이 들어왔다. 따라 자성도 눈을 떴다.
어딜 다녀온 것인지, 신발을 벗은 청이 흑백의 세상 안으로 들어왔다.

최근 이상한 능력이 생겼다.


"자냐?"


자성은 눈을 깜빡, 깜빡, 느리게 깜빡거리다 ".... 아니요" 낮게 대답했다.
청은 의자에 앉아선 담밸 물었다, 자성의 눈은 그에게 굴러갔다.

형의 주변에 피는 아지랑이가 보인다.

자성은 주섬 일어나 걸어갔다, 청의 눈엔 그의 맨발이 또 들어왔다.


"...느, 어지간허면 신발 좀 신지 그러냐"


....자성은 가만 제 발을 내려다본다.

그것은 마치 그가 이 곳과 맞지 않는 존재로서 이곳의 흐름을 흐트려놓는 것마냥 주위를 번지게 만들었다.


"난 맨 발이 편하오"
"추워보여 그런다"


그러며 벌떡 일어나 아까 벗어뒀던 제 신발을 들어 자성 앞에 내려놨다.
....자성은 하는 수 없단 듯 제 발은 그 안에 집어 넣었다. 청은 그제야 만족한듯 쭈구렸던 몸을 일으켜 다시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


"...어딜 그리 다녀오는거요?"


청은 대답않고 담배만 피울 뿐이었다. 자성의 눈에도 그의 하얀 연기가 들어왔다.


"의뢰, 들어온 거 있냐"


자성은 주섬 편지를 꺼냈다.
흠, 그것을 확인하곤 청은 또 한동안 말이 없다,


"그럼 느는, 매일 어딜 그리 싸돌아다니냐"


묻곤 대답을 피하듯 자리를 벗어났다.
자성은 멍, 앉아있을 뿐이었다.

째깍, 째각. 시간이 참 무겁게 흘러갔다. '그 날' 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째각. 째각. 공간을 울린다.
자성은 초조한 듯 제 얼굴을 문질렀다.









너를 이해해보려도, 그것이 참 어렵다.
털썩. 낡은 침대위에 몸을 누운 청은 가만 천장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자성때문에 하는 말이야

스치는 강형철의 목소리에 그는 인상을 쓰며 옆으로 누워 새우잠을 청했다.











사무실에 앉은채 손톱을 깨물던 이중구의 그림자가 누군갈 집어삼킬듯이 거대해져선 주변에있는 이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잿빛바람, 잿빛바람.... 강형철이란 그 새끼가 어떻게 그걸 알고있지....씨발.

쾅!
그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찧다 모두 흠칫이며 눈도 못 마주치고 제 일만 급급히 해갔다.


"저, 형님..."


중구는 제 앞에 빈 종이에 그려지는 얼굴과 쓰여지는 그의 정보들을 흘겨봤다.
계약날입니다, 오늘. 상철의 말에 흐응 그래? 중구는 갑자기 입꼬릴 올리고선 종이를 쥐었다.


"약속한건 지켜야지, 늦어선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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