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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쩜오/신세계

정청자성 4

감감님 2019. 1. 31. 14:58
14.04.27.


연꽃잎 같은 발꿈치가 돌을 짓밟았다

찰랑!

투명한 물결이 시렵게 적신다.
자성의 눈이 휘어졌다떠졌다.
물기가 맺힌 복숭아뼈를 슬쩍 내려다보고는 다시 발꿈치를 뗐다.

하얀 뼈대에 분홍분을 살짝살짝 칠해 번진 것마냥 고운 발꿈치가 움직일 때마다 얇은 발목뼈대가 드러났다. 자성은 그렇게 몇번 돌계단을 옮겨걷다 이내 냇가에 발을 넣었다 풍덩! 물이 너무 맑아 그의 발이 다 비춰보였다.


흰 물고기들이 자성의 발옆을 팔랑팔랑 지나친다 간지러운지 자성이 살짝 떨며 웃음을 흘렸다.

자성아!

저기서 누가 날 부른다, 자성이 고갤 돌렸다.

형! 일로와보시오!
자성이 손을 휘둔다 그런데 오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가만 손만 흔든다. 자성이 이상하다싶어 물가에서 나오려는데 콰르륵, 얼어붙었다.



느 어딜가냐.



자성의 얼굴이 굳었다. 핏줄이 시퍼렇게 변질되어갔다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성은 한기가 다리를 타고 상체를 모두 휘감싸기 전에 고갤들어 하늘을 보았다.


그의 시린 숨결이 심장을 얼린다
깊게, 욱씬, 쑤셔들어왔다.

그의 한이,
그의 깊은 원한이.














"형님"



뒤에서 먼저 나서려는걸 사내는 손을들어 저지했다.
계단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있는 형철을 본 사내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형철이 흥 웃으며 사내를 보았다.



"왜 이렇게 늦게오냐, 벌써부터 그럼 저승 생활 오래 못 간다"
"니미, 이 영감이 노망이 났나-"



제 어깨에 손을 얹으려는 형철의 손을 팍 쳐낸다.
형철이 사내를 힐끔 보고는 손을 휘휘털며 내린다.



"우리 사신관님, 어지간히 한가하신가봐"
"일이 잘 풀리는가보다 너는, 나는 요즘 뭔 날인지. 제대로 되는게 없어, 하나도."



사내가 입술을 찍 당겨웃으며 두손을 허리 얹었다.
형철이 에효효 한숨을 쉬며 담배를 구겨 놓고는 앉으란 듯 제 담배를 껐던 자리를 두드렸다, 사내가 형철의 앞에 한 발자국 다가와서자 형철이 사내를 올려다본다.



"더러운 제안하러온거면 돌아가, 사신관 새끼들이랑 어울릴 생각 추어도 없으니"
"너 궁금하다하지 않았었냐"



형철을 지나쳐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사내가 형철을 돌아봤다.



"천하의 이중구의 반쪽을 훔쳐 저승 안을 휘집고 다니는 새끼, 궁금하지 않냐고"



사내의 일그러진 표정을 본 형철이 피식 웃는다. 사내의 그림자가 점점 커졌다.



"무슨 개수작이야"
"개수작은, 난 그냥 너한테 좋은 소스를 주러 온거야, 그냥 좋은 소스."



소스? 지랄..
그림자가 퍼져 형철의 그림자를 삼켰다. 형철의 손이 꿈틀인다.



"제 때에 환생하고싶음 조용히 살아, 개 좆같지도 않은 개수작 떨칠 생각말고."
"이중구."
"내 이름 부르지마 이 개새끼야!!"



형철이 흠칫 몸을 떨었다. 제 그림자를 내려다본다 시커멓게 번진 바닥을 보며 형철이 허탈하게웃었다.



"날 집어삼킬거냐?"
"지금 당장이라도 뼈도 못 추리게 삼켜질 수 있어!!"



사내가 씩 씩 어금니를 꽉 문채로 씩씩거렸다.
형철이 흥 웃으며 으라차차.. 몸을 일으켜선다.



"잿바람이 너를 집어삼키는 꿈을 꾸었다지?"
"닥쳐 이 개새끼야"
"너. 몸조심해라"



훅, 형철이 사라졌다. 이씨팔!!!! 사내가 소리치자 뒤에 서있던 남자가 가루가 되어 소멸됐다.
후욱 후욱 화를 참듯 그가 숨을 내쉬며 계단을 오르자 그림자가 서서히 사내의 모습을 찾아갔다.











그는 용서했다. 혹은 무시했다.
자성이 형철의 밑에서 일하던 개새끼였다해도 청은 그를 받아줬다, 아니 무시했다.
그가 무슨일을 하였든, 청은 자성을 받아드렸다.


그건 그가 무릎을 꿇고 고갤숙이고 있어서였고
그러면서도 표정은 한결같고
비굴하게 매달리지도, 용서를 구걸하지도, 그저 묻어둔 비밀을 밝히기만하 듯, 그래서 청은 자성이 고백했을 때


"느 뭣허냐"


그의 턱을 쥐고 그리고 똑바로 자신을 보게했다.
그게 그의 진심인지. 그의 생각, 그의 표정
읽고싶다 불안하다.
그렇다 불안하다, 청은 자성이 다른생각을 품고있는게 아닐까 불안했다.
그리고 싫었다. 고갤 숙일 녀석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작한 거였고 절대로 너는.


"고개숙이지마라, 느가 죄인이냐"


절대로 숙이지 마라.
그건 너뿐만이 아니라 나도, 욕뵈는일이다.
나는 느가 그런 꼴 못 본다 절대로.


"죄인은 나지 느냐.."


청이 씁쓸히 웃으며 담배를 태우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래서 더더욱 자성은 시려웠다, 비록 과거였지만. 그가 혼을 파는 더러운일 아래에서 일했던건.
그래도 사신의 모습으로 찾아온 형철의 제안 앞에서 무너진 자신이. 그리고 과거만을 고백한 얄삽한 자신이.


미안합니다 형님,
그래도 저는 안됩니다 저는 포기못합니다.



"너 이승에 애있는거 아냐"



주경이도.
제 아이도.



"그게.... 무슨소리요..?"



형철이 비릿하게 웃는다.
투둑, 자성의 담배에 길게 달린 잿덩이가 떨어졌다.
자성의 까만 눈동자가 쉴새 없이 흔들렸다.

휘이이잉 찬바람이 분다.
이자성은 또 다시 개새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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