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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쩜오/독전

[락선창원호] Believer

감감님 2018. 7. 22. 23:37
- 넌 네가 똑똑한 줄 알지.


헉, 락은 잠깐 물에 잠겨 있던 사람처럼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제 목을 가뿐히 누르던 감촉이 꿈만 같이 사라지고, 따뜻한 석양빛이 블라인드 밑으로 들어오는 제 사무실이다.
소파에 누워 잠깐 잠들었던 자신을 회상하며 눈을 깜빡거리는 영락.

가끔 그가 떠오른다.

..서서히, 조심스러운 손 움직임으로, 제 목을 건들여보는 영락.
멍한 시선의 눈만이 일렁거린다.






- 네가 이선생을 잡겠다고? 앤 또 뭔 헛소리냐.


북적북적한 시장 안, 포장마차에 앉아 무심하게 팔장을 끼고 술을 마시는 무리들 중 눈밑에 칼집의 상처가 난 남성, 선창만이 묵묵한 얼굴로 무엇도 손대지 않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 너 동영이 죽은 것 땜시 그러냐?


움찔거리는 선창의 손. 흡사 뱀의 비늘같은 문신이 뒤덮여있다.
선창의 정곡을 찌른 남자는 술잔을 쭉 들이켜 뚝뚝 떨어지는 방울을 바라보다 푸식, 웃곤 탁. 술잔을 내렸다.
노숙자와 같이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남자들이 모여 앉아있다.
"아줌마. 한병 더요." 그러곤 다듬어지지 않은 수염을 벅벅 긁다 선창을 힐긋.



- 너, 이 바닥에 약 흡입하다 뒤진 새끼가 몇이나 될 것 같냐.



선창, 말 없이 붉은 입술을 앙 물은 채 남자의 말이 거북한지 미간을 좁히다 술잔을 휙 들이킨다.



- 이 판에 이선생 약을 안 걸친 놈이 없어... 어쩌다 한 두명씩 불량품 꽂거나 뭐 약을 너무 해서 죽는 놈들 천지다.... 우리같은 인간들은, 누가 신경이나 쓰냐?
그런데 복수를 하겠다... 차....



선창은 남자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눈도 맞추지 않는다.
그런 선창을 빤히 응시하던 남자는 제 눈앞의 핫도그를 집어 든다.



- 너, 대기업 공장에서 나온 핫도그에서 벌레가 나오면 어찌 되는 줄 아냐?



선창, 힐긋 남자의 핫도그를 쳐다본다.



- 보상금 조금에 핫도그 5박스 주는 게 다다... 그것도 대우가 좋은거지.
  네가 무언가 그 회사에 손상을 입히고 싶다고 움직여도 명예훼손으로 법정 가거나 묵살당하는 게 전부다...



툭. 선창 앞으로 핫도그를 내려놓는 남자.
선창, 남자를 석연찮게 쳐다본다.



- 네가 움직인다고 안돼, 사회가 움직이고 집단으로 움직여야지...



선창, 아줌마가 내놓은 소주병을 까서 병째로 들이킨다.
힉, 그의 건너건너에 앉아있는 남자들이 그를 쳐다본다.
탁. 술병을 내려놓는 선창.



- 선창아,



남자가 굵직하게 그를 부른다.
왜. 풀린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는 선창.



- 그냥 잊어라...



남자는 제 손에 안면을 파묻힌 채 말한다.
하... 웃는 선창. 그러다 울듯이 인상을 구기더니 제 주머니속 지폐를 던지곤 자릴 박차고 나간다.








- 믿어라. 믿는 놈이 잡는다.
   이선생 분명 어딘가에 있다. 믿는 놈이 산다.



딱딱... 원호는 곰곰히 생각에 잠긴 채로 제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소연이 결국 신경 쓰인듯 그를 보다보다 입을 연다. 팀장님.
그제야 손을 멈추는 원호. 눈에 날카롭게 날이 서있다.



-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 .... 그 이선생이란 놈 말이다...



원호의 말에 소연은 바로 이선생 자료 파일을 꺼낸다.
오랜 시간 조사한 만큼 두툼한 이우해운 자료에 비해 눈에 띄게 얇은 이선생의 파일.
원호는 눈썹을 꿈틀거리곤 파일을 펼친다.



- 관심, 없으셨잖아요

- 그랬지.



원호는 묵묵히 파일을 넘길 뿐이다.
이름도 성별도,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어 그냥 전설로만 돌아다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아무도 아니고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존재라고... 원호는 몇장 넘기지 않아 드러난 끝장에 손을 멈췄다.

저를 응시하던 선창의 눈이 갑자기 스친다.
얻어터진 상태로 저를 또렷히 응시하던 눈.
원호는 한숨을 쉬며 파일을 덮는다.



- ...이선생이 이우해운의 핵심 인물일 것 같단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냐?

-그거.. 덕천이가 전부터 주장한 거잖아요.



아까부터 엉덩이를 떼고 있던 덕천이 고갤 끄덕인다.
아씨, 인상을 쓰며 고갤 젓던 원호가 아 그래. 인정한단듯 손을 흔든다.



- 그냥 해본 소리다, 마.
   그 새낄 어떻게 잡냐, 설사 존재한대도.

- 그 놈은 잡겠다 하지 않았어요?



덕천이 지목한 선창에 원호의 얼굴이 또 굳어진다.
소연이 눈치 없냐며 덕천의 발을 툭 찬다.
그래, 그 새끼... 선창이 중얼거리며 다시 손가락을 두드린다.



- 그 놈은 왜... 무슨 확신으로... 그 딴 개소릴 확신에 차서 하는 걸까...?









---

저번에 트위터에 언급한 적 있는, 독전을 3부작으로 나눠 약을 파는 놈 / 약을 사는 놈 / 그 둘 다 잡으려는 놈 이야기 한번 써봤음....
언급한대로 약을 파는 서영락 / 그 약을 사는 박선창 / 그 둘 다 잡으려는 조원호...
각색 한번 해보고싶더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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